제 인생의 첫 전환기는 중학교를 졸업한 1968년 여름에 찾아왔습니다. 도쿠시마를 벗어나본 적이 없는 15살 소년이 고베항에서 미츠이 상선(商船) 브라질마루에 탄 것입니다. 목적지는 로스앤젤레스. 장학생으로 루즈벨트 고등학교에서 유학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6형제의 막내입니다. 장래의 꿈이 확실했던 것은 아니고, 그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유학을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도 많은 아이들 중 한 명쯤은 이런 아이가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아닐까요.
배가 요코하마를 경유하여 호놀룰루로 향할 때에는 ‘이로서 일본과는 작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 양복을 입고 형이 매어준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이제 돌이킬 수 없다고 어린아이 나름의 각오를 다졌습니다. 거친 파도가 치는 일본 근해에서 뱃멀미를 심하게 하고, 10일 정도 걸려서 호놀룰루에 도착한 후 4일만에 겨우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하였습니다.
매우 넓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하늘 한 쪽이 회색의 스모그로 덮여있던 것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4인 1실의 기숙사에서 살았습니다. 학교에서 오전에는 ESL(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반)에서 영어수업, 오후에는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고 1년이 지나자 영어로 생활이 가능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미국 학교의 대단한 점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는’점입니다. 기초적인 교과만 수료한다면 나머지는 무엇을 해도 됩니다. 저는 건축을 좋아했으므로 건축 수업을 들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수학 진도가 빨랐으므로 수학도 잘 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고등학생 수학 경시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 교육 시스템 속에서 깊게 느낀 것은 ‘미국에는 천재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의 수업을 뛰어넘어 대학교 수업을 받는 듯한 학생이 여럿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저는 ‘나의 강점은 뭘까’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