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의 비즈니스 전공으로 진학했습니다.
일본의 상업 대학에 해당되는 코스로서, 공부를 해두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막상 입학하고 나니 일반교양으로 선택했던 미술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어릴 적에 형들의 영향을 받아 사진과 상업용 레터링을 많이 접했던 저는 방에 암실을 만들어 사진 현상과 인화를 하고, 바자회와 이벤트용 포스터를 그리는 일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3학년 때 생각했습니다. ‘비즈니스를 전공으로 삼아 봤자 미국인의 경쟁상대가 못 된다. 미국에서 살아가려면 언어능력을 넘어선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고.
그 무언가가 나의 강점이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대학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비즈니스에서 아트로의 전공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캠퍼스는 일반대이므로 아트 수준이 높지는 않았지만, 저는 밤을 새울 정도로 열심히 작품을 만들어 대학의 도로 벽면을 장식하는 공모전에서도 입상하여 높이 5미터 폭 300미터의 벽화를 그리기도 하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아트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에서도 교편을 잡았던 교수님이 진학을 권해 주셨습니다. 그곳은 프로페셔널 스쿨입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디자이너 중 70%는 아트센터 출신이고 일본의 자동차 회사에서도 공부하러 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졸업하면 전문가로서 인정받으므로 취직도 쉽습니다.
저는 그래픽 디자인을 몇 개 제출하여 합격했습니다. 동시에 디자인 수준이 높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의 롱비치 캠퍼스 대학원에도 합격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장학금이 중단되므로 학비가 저렴한 공립대의 대학원은 매력적이었지만, 디자인 전문가로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아트센터가 낫다고 결단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