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에서는 그래픽 & 패키지 디자인을 전공하였습니다. 이 학교에서는 교수가 터무니없는 양의 과제를 내줍니다. 수업은 하루 하나였지만, 과제를 다 하기 위해서는 1주일에 세 수업 밖에 들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노력하여 네 수업을 들었으므로 매일 수면시간이 겨우 4,5시간이었습니다
과제는 다음 수업 때 교수의 비평을 받는데, 완성도가 좋지 않으면 찢어버리거나 커피를 뿌리기도 합니다. 커피에 물감이 녹아 흘러내려서 우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사진을 찍어 현상하거나 포스터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것이 작품을 만드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정성을 들이지 않은 작품은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제대로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심하게 질책을 받고, 다시 처음부터 배웁니다. 아트센터는 그런 긴장감이 있는 학교였습니다.
또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천재’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많이 있었던 점입니다. 제가 120%의 노력으로 작품을 완성해도 더 대단한 것을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을 보는 것이 즐겁고, 설렜습니다. 지금도 사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맛있는 것을 맛보지 못하면 맛있는 것을 만들지 못한다’ 입니다. 저 자신은 늘 노력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하는 사람이므로 좋은 것을 보고 노력할 수 있는 곳에 있다는 것이 마음 깊이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
패키지 작품을 만드는 것도 매우 좋아했습니다. 패키지는 로고, 그래픽, 입체가 하나된 아트입니다. 그것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많이 만들었습니다.
한편, 프레젠테이션은 어려웠습니다. 일본인은 어학적인 핸디캡도 있었고, 겸양 정신이 있어 남 앞에서 자기 생각을 발표하는 것을 잘 못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스위스의 로잔까지 가서 사마란치 IOC회장에게 나가노 올림픽 심볼마크를 프레젠테이션 하는 등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게 되었지만 그때는 언제나 긴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프레젠테이션이 서툴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