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단법인 일본패키지디자인협회(JPDA)에서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일본 패키지 디자인 대상’이라는 공모전을 지금도 개최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이사장이던 시절에 언젠가는 대학생을 대상으로도 공모전을 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문제로 인해 쉽게 개최하지 못하고 애타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때 독립행정법인 국제교류기금이, 한일 교류사업으로서 대학생을 위한 패키지 디자인 공모전을 열게 되어 JPDA에 협력을 요청해왔습니다. 기회라는 생각에 협력을 수락하여 2010년에 ‘해피 큐브 어워드’를 개최했습니다. 2014년부터는 아스팍(ASPaC)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아시아 6개 국가와 지역에서 참가했습니다. 그 후 매회 열릴 때마다 참가국이 늘어나, 마지막 개최가 된 2019년에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11개국이 참가하는 세계 최고 규모의 대학생 패키지 디자인 공모전이 되었습니다.
패키지 디자인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형태·인쇄기술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술력이 높은 일본은 아시아 중에서도 높은 수준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매년 아시아 각국이 급격하게 성장하여, 국가별 작품 수준의 차이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단히 놀랐습니다.
아스팍을 통해 다양한 나라의 대학생, 교수, 디자이너 및 기업 관계자들과 알게 된 것은 지금도 저에게 귀중한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아스팍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의 대학생에게 패키지 디자인을 더욱 알리고, 패키지 디자인이 얼마나 멋지고 재미있는 것인지 깨닫게 하여 아시아의 패키지 디자인 수준을 높이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다양한 학생들의 작품을 보던 중, ‘주제를 제시하고 작품을 접수받는 공모전은 많으니, 제한 시간 내에 같은 주제로 그 자리에서 디자인을 개발하는 아이디어×스피드를 중시한 공모전을 개최하면 어떨까’ 하는 의문과 호기심이 솟았습니다.
그리하여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디자인이나 문화적인 면에서 올림픽을 서포트할 수 있는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스팍 활동의 일환으로 1시간 15분 내에 패키지 디자인을 개발하여 겨루는 ‘올림팍(OLYMPAC)’이라는 대학생 공모전을 새롭게 개최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시아 11개의 국가와 지역에서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올림팍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이상 아시아만이 아닌, 전세계의 대학생이 참가하는 이벤트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유럽 패키지디자인협회(EPDA) 관계자 및 제가 졸업한 미국의 아트 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 등에 협력을 요청한 결과, 미국 및 유럽 각국을 포함한 18개 국가와 지역이 참여하는 큰 행사가 되었습니다.
이 정도의 규모로 개최하는 이상, 각국 대표선수의 늠름한 모습과 디자인 개발 과정을 제대로 중계하고 싶었기 때문에, 행사장에서는 세계 최초로 대형 모니터를 20분할하여 작업을 동시에 중계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올림팍에서 매우 놀라웠던 일이 있습니다. 기존의 패키지 디자인 제작은 Illustrator및 Photoshop 등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올림팍에서 5~6개국의 대학생들은 3D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만드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점점 패키지 디자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스팍 및 올림팍을 통해 전세계에서 모인 학생들의 기쁜 얼굴과 미래를 향해 빛나는 눈동자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저의 평생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개최를 위해 협력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히 생각합니다.